우리는 종종 ‘육아는 사랑’이라며 감성적으로 포장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는 막대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양육자에게 돌아간다. 특히 부모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양육 공백’이 생길 경우, 가족 또는 이웃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런데 그런 ‘도움’에도 제대로 된 보상이나 인정이 없었다면, 과연 지속 가능할 수 있었을까? 경기도는 이 물음에 대해 ‘가족돌봄수당’이라는 정책적 해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 수당이 이제 시범사업을 넘어 정식 사업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시범이 아닌 ‘정식’으로…돌봄수당이 제도화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도는 가족돌봄수당이라는 이름의 시범사업을 운영해왔다. 그 취지는 분명했다. 24~48개월의 어린 아동이 있는 가정에서 양육자가 일시적으로 돌볼 수 없는 상황이 생길 때, 가족이나 친척, 이웃이 대신 돌보는 그 노동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정책이 더 이상 시범이 아닌 ‘정식 제도’가 된다는 소식은 꽤 의미가 깊다. 지난달 보건복지부와의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완료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누가, 어떻게 신청할 수 있을까?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이번 정식사업은 6월 2일부터 신청이 가능하다. 경기도는 공식 신청창구인 **경기민원24(gg24.gg.go.kr)**를 통해 접수를 받는다. 신청 대상은 중위소득 150% 이하, 24~36개월 아동을 둔 가정의 양육자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부모가 아닌, 조부모나 4촌 이내 친인척, 그리고 **‘이웃’**까지 돌봄 조력자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이웃’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은 경기도가 전국 최초다. 돌봄을 제공할 사람이 꼭 가족일 필요는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담겨 있다. 아이를 키우는 건 비단 부모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달라진 기준, 꼼꼼히 살펴봐야
정식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시범사업과는 달라진 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아동 연령 조건과 소득 기준이다. 시범사업 때는 24~48개월 아동이 대상이었고 소득 제한이 없었지만, 이제는 24~36개월, 중위소득 150% 이하라는 조건이 추가됐다.
기준 중위소득 150%는 대략 3인 가구 기준으로 약 6,000만원 초반대의 연소득 수준을 의미한다. 자칫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신청 자체가 반려될 수 있으니, 경기민원24에서 본인의 조건을 먼저 체크해보는 게 좋겠다.
지원금액과 조건은 어떻게?
수당은 돌봄 시간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기본적으로 월 40시간 이상 돌봄이 이뤄져야 하며, 아동 1명당 월 30만원, 2명은 45만원, 3명은 60만원이다. 이전 시범사업과 동일하게 유지된 조건이지만, 이 역시 신청 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식사업 신청은 매월 1일부터 15일까지 가능하며, 6월 첫 달만 2일부터 시작한다. 휴일이나 공휴일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고, 상반기에 이미 참여했던 대상자도 다시 신청해야 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다만 한 번 신청하면 연말까지는 재신청 없이 계속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수혜자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부분이다.
14개 시군에서 먼저 시작된다
이번 하반기부터는 경기도 내 14개 시군에서 우선 추진된다. 해당 시군은 성남, 파주, 광주, 하남, 군포, 오산, 양주, 안성, 의왕, 포천, 양평, 여주, 동두천, 가평 등이다.
시범사업 기간이었던 2024년에는 총 4,298명의 아동, 그리고 2025년 상반기에는 5,577명의 가정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특히 실질적인 육아 부담을 줄여줌과 동시에, ‘돌봄도 노동’이라는 가치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육아도 경제다… ‘돌봄의 가치’를 묻는다
사실 ‘돌봄’이라는 건 감정 노동일 뿐 아니라, 물리적인 시간과 체력을 요구하는 아주 현실적인 ‘일’이다. 그런데도 그간 우리는 돌봄을 가족 간 무상의 의무로 여겨왔다. 그 결과, 돌봄의 책임은 대개 여성이나 특정 가족 구성원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경기도의 정책은 그런 고정관념에 작지만 강한 균열을 내고 있다. 돌봄은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할 가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결국 육아 역시 경제와 밀접한 행위이며,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인정이 이뤄져야 지속 가능하다.
제도의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이번 정식 사업 전환은 단순한 ‘복지 정책’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는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도이자, 새로운 경제적 구조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시작점이다. 단순히 “도와줘서 고마워요”가 아니라, “그 수고에 대해 사회가 책임을 집니다”라는 제도적 선언인 셈이다.
아이는 부모만의 몫이 아니다. 그리고 돌봄은 희생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가치다. 이번 가족돌봄수당이 그 인식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